[여행의 향기] 손오공이 불을 끈 화염산을 지나…실크로드의 모태 톈산남로를 가다

입력 2017-06-18 15:44  

중국 신장 웨이우얼자치구 투루판·카슈가르

황금빛 물든 고비사막을 넘으면 실크로드의 진주 카슈가르가 반기네…

'파인 땅'이란 뜻을 가진 투루판
한국의 분지 지형 닮아 무더워…오아시스서 물 얻었던 관문도시

웨이우얼족의 중심 '카슈가르'
상인·당나귀·생필품 뒤엉킨 시장…마치 실크로드의 축소판 보는 듯




중국 대륙의 북서쪽에 있는 투루판은 신장(新疆)웨이우얼자치구의 중심도시다. 투루판어로 ‘파인 땅’이라는 뜻의 투루판은 실크로드의 요충지이자 서한시대부터 오랫동안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투루판에는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강들의 주위에 점점이 오아시스들이 존재하고 있다. 내륙 아시아의 깊은 모래에 둘러싸여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런 오아시스들이야말로 실크로드의 모태(母胎)였다. 길의 중간에는 웨이우얼족들의 수도 역할을 했던 도시 카슈가르도 만날 수 있다. 실크로드를 따라가면 역사의 숨결이 느껴진다. 수많은 승려가 천축을 향해 묵묵하게 걸어갔던 고행의 길이고, 서유기, 왕오천축국전 등 수많은 문학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오아시스처럼 푸근하고 정겨웠다.

웨이우얼자치구 오아시스 도시 투루판

고비사막의 거친 광야를 달려 서쪽으로 향하다 보면 어느 틈엔가 한눈에 들어오는 대자연을 빼놓고 모든 것이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길에 비록 눈에 보이는 뚜렷한 경계선은 없지만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영역에 들어온 것이다. 지금까지 보아 온 중국인들과는 너무도 동떨어지게 생긴 이색인종 ‘웨이우얼족’들의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웨이우얼족은 중국 영토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신장성’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인구 839만 명 정도의 소수민족이다. 이들은 터키계의 회교족으로 오랜 옛날부터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에서 독특한 문화를 지키고 살아 왔다. 생김새가 서양인과 비슷하고 언어조차 중앙아시아쪽의 튀루크계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 세계에 들어오게 되면 중국이 아닌 마치 중동의 어느 지방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웨이우얼족들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오아시스 도시인 ‘하미(哈密)’시를 지나 좀 더 서쪽으로 가다 보면 ‘투루판’에 도착한다. 웨이우얼어로 ‘파인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 투루판은 톈산산맥의 남쪽에 있는 중국에서도 표고가 가장 낮은 지역이다. 투루판의 일부 지역은 해수면보다 무려 154m나 더 낮은 곳도 있다. 투루판은 우리나라의 대구처럼 분지여서 위도 상으로 상당한 북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름이면 보통 40~50도를 넘나든다. 한낮에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덥다보니 화주(火州)라고 불리기도 했다.

약간의 풀 이외에 자갈이 뒤섞인 모래밭만이 한없이 이어지는 투루판의 풍경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곳 투루판 일대는 실크로드 상의 서역북로가 다시 톈산북로와 톈산남로로 갈리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기원전부터 이 비단길을 오가던 상인들이 물을 얻기 위해 이곳 투루판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구도의 길에 나선 수많은 입축승(入竺僧)도 이곳을 거쳐갔다. 실크로드의 거점이다 보니 투루판은 여러 민족의 각축장이 된 곳이다. ‘자오허구청’과 ‘가오창구청’은 전성기 투루판의 흔적을 보여주는 곳이다.

투루판 시내에서 서쪽으로 13㎞ 떨어져 있는 ‘자오허구청’은 이름 그대로 두 물줄기 사이로 30m나 우뚝 솟은 절벽 위에 터전을 잡은 천연의 요새와 같은 고대 도시를 말한다. 이곳은 기원전 2세기 전한시대(前漢時代)에 이란계의 ‘차사전국(車師前國)’이 자리 잡기 시작해 14세기 말 그 번영의 빛이 소멸하기까지 흉노(匈奴), 한(漢), 당(唐)이 차례로 주인이 됐다. 지금은 온통 흙빛만으로 고요하기만 하다. 성문에 들어서니 벽돌길이 남북으로 일직선으로 뚫려있는 가운데 수많은 폐허가 양옆으로 줄을 지어 서 있다. 그 길이 끝나는 북부에는 주로 사원이나 광장, 또는 저택 등으로 제법 규모가 있어 보이는 것들이 자리하고 있고, 남부에는 서민들의 주거지 흔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또 다른 고대도시인 ‘가오창구청’은 시내에서 좀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당나라 때 전성기를 누렸던 이곳은 기묘한 모습의 ‘훠예산(火焰山)’을 배경으로 길이가 5㎞나 되는 웅대한 성벽을 지니고 있는데, 499년 한나라 사람 국문태(麴文泰)가 이곳에 ‘가오창국’을 세웠을 때 그 도성으로 쌓은 것이다. 자오허구청이 흙 자체를 조각한 조각건축인 반면 이 가오창구청은 흙벽돌을 쌓아 조성했기 때문에 파손이 보다 심해 궁전이나 사원 같은 큰 건물 잔해만 남아있을 뿐 거의 공터다.

서유기에 기록된 화염산 이채

가오창구청은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를 남긴 당나라의 고승 현장(玄裝)과도 인연이 있던 곳이다. 천축국으로 향하던 현장은 고비사막을 건너는 과정에서 온갖 고충을 겪다가 이곳 ‘가오창국’에 도달하게 됐는데, 이때 열렬한 불교 신자였던 왕 국문태의 간청에 못 이겨 이곳에서 한 달 동안 인왕반야경(仁王般若經)을 설법하기도 했다.

서유기에는 훠예산이 실제로 화염에 휩싸여 있는 산으로 묘사된다. 손오공은 취운산 파초동에 있는 요괴 나찰녀에게 파운선을 빼앗아와서 훠예산의 불을 껐다. 훠예산 입구에는 손오공의 어딘가를 살펴보는 듯한 모습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가는 곳마다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나 유적들이 많아 이곳 투루판 일대를 ‘역사의 보고(寶庫)’라고 한다. 이곳에 많은 유적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남아있게 된 것은 1년에 평균 강우량이 16㎜밖에 안 되는 건조한 날씨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3800년 전 누란의 미인 미라를 비롯해 수많은 미라가 발견되고 있는 것도 극단적으로 건조한 날씨 때문이다.

투루판에 살았던 사람들이 메마른 땅에서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투루판의 비밀이자 사막의 생명수라고 할 수 있는 카레스(karez)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사막지역인 투루판은 고온 건조한 지역으로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루무치 톈산의 만년설이 녹아 지하에 스며든 것을 찾아내 우물을 파고 우물과 우물들을 지하수로로 연결해 사용했는데 이를 카레스라고 하다. 한나라 때 만들어진 카레스는 현재까지 공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하수로 길이만 무려 5000㎞가 넘고 진나라의 만리장성과 수나라의 대운하와 더불어 중국의 3대 역사(役事)라고 불리고 있다.

카레스 덕분에 이곳 투루판은 온갖 과일이 풍성하다. 그래서 일명 ‘과일의 도시’라고도 부른다. 그중에서도 특히 포도는 이곳 투루판의 특산으로 여름철에는 이 일대가 온통 포도 넝쿨로 뒤덮인다. 한 건조장에서는 사진을 찍고는 있는데 20일 정도면 건포도가 된다고 하면서 한 바구니 포도를 내놓는다. 먹고 남은 것은 가져가라는 것이다. 씨도 없이 달콤하기만 한 청포도에 취하고 후한 인심에 또 취했다.

‘실크로드의 진주’ 카슈가르

실크로드를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카슈가르(Kashgar)는 웨이우얼족들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이다. 해발 1300m 고지에 있는 이곳은 파미르, 카라코람 등의 고봉들을 등을 지고 있으며 바다처럼 펼쳐진 타림분지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동쪽에 두고 있다. 그래서 카슈가르는 모래먼지뿐인 실크로드의 여정에 지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오아시스로 명성을 떨쳐 왔다. 카슈가르를 일러 ‘실크로드의 진주’라고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0년의 역사를 지닌 카슈가르는 튀르크에 살고 있는 웨이우얼족과 마찬가지로 회교권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모습도 풍습도 중국의 한인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사실 웨이우얼이라는 이름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왔으며 중세 아시아 내륙지방에 위구르 왕국이 존재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카슈가르는 투루판과는 달리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유적지 같은 것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굳이 지난날을 이야기해주는 유적을 찾아 나선다면 시내 한복판에 있는 서역 최대의 회교사원이라고 자랑하는 ‘에이티가르’와 변두리 한쪽에 있는 커다란 돔의 ‘호자무덤’이 고작이다.

온통 흙빛의 구시가를 향해 걷다 보면 유난히도 번잡한 곳이 있다. ‘오달데 바자르(시장)’다. 덥수룩한 수염이나 콧수염을 기르고 가지각색의 모자를 쓰고 있는 웨이우얼족 남자들과 움푹 들어간 눈에 화려한 색상의 스카프를 쓰고 있거나 아니면 밤색의 차도르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여인네들, 수많은 마차,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수박이나 ‘고곤’이라 부르는 커다란 참외를 비롯해 각종 과일, 카펫 장사, ‘커밥’이라 부르는 꼬챙이 구이를 구워내면서 피어나는 자욱한 연기, 대장간의 망치 두드리는 소리 등이 한데 어울려 여행자들의 혼을 빼놓을 것 같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보이는 풍경들이 역동적인 삶의 모습들이어서 몇날 며칠을 찾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토굴 같은 골목길, 선데이 마켓 인상적

바자르에서 빠져나오면 온통 흙빛인 주택가의 미로와 같은 골목길이 보인다. 예전에는 흙담만 보기 흉하게 늘어서 있었는데 최근에는 흙담을 헐어내고 흙벽돌로 말끔하게 단장한 곳들이 꽤 된다. 이곳 주택들은 흙담과 흙담이 계속 연결돼 집들이 붙어 있고 보통 2층으로 돼있다. 주택가 골목길 하늘 위로도 양옆의 집을 연결하는 구조물이 있어 하늘을 가리고 있다. 그래서 그 골목길에 들어서면 대낮에도 깜깜하다. 구불구불한 그 미로 속을 헤매는 것은 마치 토굴 속을 걸어다니는 것 같다. 이곳의 집들이 흙담과 토굴처럼 만들어진 것은 여름에는 햇볕이 불볕이고 겨울에는 추운 사막지대 기후를 고려한 것이다. 더위와 추위를 막아주는 데는 흙이 뛰어난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흙집들은 외관상 매끄럽지가 않기 때문에 카슈가르의 구시가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폭경당한 전쟁터의 폐허같이 보인다. 하지만 집안에 들어가 보면 의외로 깔끔하다. 가재도구도 아무것도 없다. 그저 바닥에 카펫 한 장 깔려있고, 나무침대와 조그마한 상자 하나가 고작이다. 여름철에 밖이 아무리 불볕이라 해도 방안에 앉아 있으면 시원하다.

카슈가르에서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매주 일요일 도심 외곽의 공터에서 열리는 노천시장이다. 일명 ‘선데이 마켓’이라 불리는 이 장터는 이른 아침부터 사방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과 수많은 가축들, 마차, 자전거 등이 뒤엉켜 진풍경을 연출한다. 생필품과 과일들도 가지각색이지만 공터 가득히 양, 염소, 당나귀, 소들로 가득하고, 그 가축들을 놓고 여기 저기 둘러서서 열을 올려가며 흥정하고 있다. 잘 생긴 당나귀 한 마리에 우리 돈 10만원이 못 되고, 양 한 마리가 1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하루 종일 열리는 이 선데이마켓은 분명 실크로드의 여정을 돋구어 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러한 과거의 이미지를 품고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 가는 무대 카슈가르는 앞으로도 실크로드를 꿈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빛나는 진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여행정보

실크로드 여행은 주로 시안(西安)에서 시작한다. 인천에서 서안까지 가는 항공편은 많다. 직항으로 3시간10분 걸린다. 다만 투루판까지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신장자치구 중심인 우루무치 디워푸 국제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중국동방항공이 우루무치까지 운항하지만 대개 경유하기 때문에 최소 11시간20분 이상 걸린다. 투루판에서 카슈가르로 갈 때는 우루무치에서 항공편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여행 기분을 느끼기에는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대략 30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장기간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치안 상태는 문제가 없지만, 최근 위구르족들이 일으키는 소요사태가 이따금 발생해 주의를 요한다. 여름철에는 워낙 기온이 높기 때문에 한낮에는 잠시 그늘 밑에서 쉬도록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하미과’라는 럭비공처럼 생긴 참외가 싸고 맛있는데, 이 과일을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설사하게 되니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투루판=글·사진 박하선 여행작가 hotsunny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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